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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 이야기

꽃지방(marbling)

by 교열가 2021. 8. 6.

개인적으로 순화어 사용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지만 종종 억지스러운 순화어를 마주할 때마다 당혹스럽다. 마블링(marbling)의 순화어 '결지방'이 그렇다. 이 말은 특히 축산농가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마블링'이라는 말의 가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저 말만 들어도 입안에 침이 고이도록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사정이 이렇다보니 '마블링'을 그냥 쓰도록 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만 설렁탕을 만들 때 고기를 삶아 내고 아직 물을 타지 않은 진한 국물을 가리켜 '꽃국물' 또는 '꽃물'이라고 하고, 한창 젊은 나이를 '꽃나이' 또는 '꽃띠', 소주를 고아서 맨 먼저 받은 진한 소주를 '꽃소주', 깊이 든 잠이나 갓 결혼한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잠을 '꽃잠'이라고 하듯이 근내지방에 들인 축산농가의 정성을 담아 '마블링'을 '꽃지방(marbling)'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떨까?